제4부 예수님과 동행하며
  제31장 가야산 단풍구경
  미가 6:8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이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1957년 가을, 우리 대구 남산교회 찬양 대원들은 김용규 목사님을 모시고 가야산에 단풍구경을 가기로 했다. 그때 남편도 같이 갈 의사가 있어서 택시로 남편과 영대, 영민, 영주와 나는 목사님을 모시고 한 차로 가게 되었다. 아이들은 너무도 즐거워했다. 남편은 시간 있는 대로 주일 예배 후에 동촌이나 화원, 대구 근교에서 늘 아이들과 산책을 했지만, 이렇게 먼 길을 떠난 것은 처음이다. 아이들은 너무 기뻐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는 차 안에서 찬송가를 불렀다. 아직 아이들은 겨우 큰 아이가 14세 정도이고 영민이는 11세, 영주가 9세 정도밖에 안 되었다. 목사님께서는 가는 도중에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가야산은 대구에서 60㎞나 되는 먼 길이었다. 우리가 해인사 입구에 도착하니 어찌나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던지 모두 “와 와” 하며 환성을 올렸다. 비단에 수라더니, 이런 풍경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옆에는 큰 계곡이 흐르고 그 옆에 산들은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우리는 그 경치에 감격하여 말을 잃었다.
차가 갈 수 있는 데까지 다 가서 차에서 내려 사면을 보니,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가 하는 놀라운 경치가 앞, 뒤, 옆, 모두 전개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어찌나 넓은 반석이 있든지 장관이었다. 옥수는 그 넓은 반석을 굽이쳐 흐르고 있다. 물소리가 어찌나 센지, 옆에 선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 아름답다.” 이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을 만큼 아름답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산으로 자꾸만 올라갔다. 중턱쯤 올라가서 마치 큰 불꽃이 치솟아 오름 같아 깜짝 놀라서 보니 그것이 단풍의 물들임이다. 나는 놀라서 옆에 있는 남편에게, “여보! 저 곳을 보세요.” 하고 돌아서니 그 쪽도 꼭 같은 풍경이다. 그저 놀라운 단풍들이 이 웅대한 대자연의 산골짝마다 뒤덮고 있는 아름다운 광경을 어찌 다 형용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런 길을 자꾸만 걸어서 산을 올라갔다. 곱고 아름다운 단풍잎은 우리들 가는 길에 융단과 같이 쌓이고 또 쌓여서 마치 단풍으로 만든 궁궐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밟기도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단풍잎으로 산길은 가득히 깔려 있었다. 단풍잎은 노란빛, 붉은빛, 자줏빛, 진홍빛, 연오렌지, 짙은 오렌지, 연붉은빛, 진붉은빛, 연분홍,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으로 이 웅대한 산을 일시에 물들게 하였으니, 무엇으로 이 아름다움을 다 표현하리요! 이 모든 빛깔이 맑은 가을 하늘에 하늘거리고 있으니 마치 환상의 세계로 자꾸만 들어가는 신비로움이었다.
우리가 올라가는 길에 선 단풍나무들이 마치 불의 아치와 같이 하늘을 덮고 있어서, 푸른 하늘이 자주 보이지 않았다. 산으로 올라가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찬양을 불렀다.

1. 참 아름다와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
주 찬송하는 듯 저 맑은 새소리
내 아버지의 지으신 그 솜씨 깊도다

2.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아침 해와 저녁놀 밤하늘 빛난 별
망망한 바다와 늘 푸른 봉우리를
다 주 하나님 영광을 잘 드러내도다

3.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산에 부는 바람과 잔잔한 시냇물
그 소리 가운데 주 음성 들리니
주 하나님의 큰 뜻을 내 알 듯하도다

이 찬미밖에 딴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다. 나는 일생 중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한 적이 없다. 내가 성가대를 20년 동안 봉사한 것을 기뻐하신 하나님의 선물임을 느꼈다. 아,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선물 중 이다지도 아름다운 선물이 또 있을까! 나는 감탄을 넘어서 명성에 잠길 정도로 감개무량한 단풍 구경을 했다.
비단이 제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그림이 제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한 폭의 그린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대자연이 일시에 물들어 있는 이 아름다움은 내 아버지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능력과 인간에게 주신 사랑을 나타내기에, 나는 마음껏 감상할 수가 있었다. 우리는 목사님과 함께 감사예배를 드렸다. 우리 찬양대 친구들도 진심으로 동심으로 돌아가서 모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와와” 하는 감탄사를 발하면서 참 아름다워라! 찬미를 크게 부르고 또 불렀다. 우리는 넓은 반석에 앉아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재미있는 게임도 했다. 갈 길은 먼데 벌써 서산에 해가 질 무렵이 되었다. 단풍들은 석양의 빛을 받아 또 다른 색을 반사하여 우리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오는 마음으로 뒤를 보고 또 보아도, 이 산 저 산에는 단풍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 자연의 아름다움이여! 알, 단풍의 신비여! 이 큰 가야산의 앞뒤 산들을 휘덮고 있구나.

가야산 단풍구경

산중툭 넘어서니 황홀한 풍경이라
발길에 깔린 융단 빛깔이 아름다와
환희에 넘친 마음이 우리 주님 찬양해

수놓인 산골마다 불꽃이 타오른다
황혼이 잠겨 있는 숲 사이 궁궐에는
천사가 자고 갔는지 비단이불 깔렸네
(1965. 10. 24.)
  제31장 가야산 단풍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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