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를 바꾼 한국교회사 20장면] ⑦ 기독교 절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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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바꾼 한국교회사 20장면] ⑦ 기독교 절제운동
입력 : 2013-08-14 17:10
술·담배·마약 퇴치 앞장선 기독교… 시민운동 견인차였다
1931년에 출간된 신정찬송가에는 ‘금수강산 내 동포여’라는 제목의 곡이 실려 있다.
“금수강산 내 동포여 술을 입에 대지 마라 / 건강지력 손상하니 천치될가 늘 두렵다 / 패가망신 될 독주는 빚도 내어 마시면서 / 자녀교육 위하여는 일전한푼
안 쓰려네 / 전국 술값 다 합하여 곳곳마다 학교 세워 / 자녀수양
늘 시키면 동서문명 잘 빛내리 / 천부 주신 네 재능과 부모님께 받은 귀체 / 술의 독기 받지 말고 국가 위해 일 할지라.”
일명 ‘금주가’라 불린 이 곡의 후렴구는 이렇다.
“아 마시지 마라 그 술, 아 보지도 마라 그 술, 우리나라
복 받기는 금주함에 있나니라.”
이 노랫말에 나오는 ‘국가 위해 일할지라’라는 구절 때문에 “결국 일제에 충성하자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곤란하다.
. 총독부는 1916년 공창제 실시를 발표하고, 무려 50만 달러를 들여 한반도 전역에 홍등가를 설치했다. 2년 뒤에는 18만2000달러를 배정해 총독부 차원에서 아편 재배도 추진했다. 총신대 박용규 교수는 ‘한국기독교회사’에서 일제가 “한국 청소년의 도덕적 해체 작업에 착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전적인 이유도 있었다. 담배와 술 판매로 얻는 세금은 총독부 전체
세입의 30%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벌인 금주·금연 운동은 민족의 정기를 되살리는 시민 운동이자 일상 속의 독립운동이었다. 백범일지에는 김구 선생의 어린 시절 모친이 “집안의 허다한 풍파가 모두 술 때문이니 너도 술을 먹는다면 나는
그 꼴을 볼 수 없어 목숨을 끊겠다”고 경고한 장면이 나온다.
교회 주일학교 공과책에도 금주·금연과 절제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1922년에는 만국금주회
총무 린을팅 부인과 프린스턴신학교 윌슨 교수가 각각 5일간 서울 평양 등지에서 금주 강연을 했다.
절제 운동은 이듬해 세계기독교여자절제회에서 틴링 여사를 6개월간 파송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금연·금주 운동과 절제운동에 이미 익숙했던 장로교와 감리교는 교단적인 차원에서 이를 적극 지원했다. 감리교는 23년 지역별로 금주회를 조직하고 매년 12월 셋째 주일을 금주 선전일로 정했다. 장로교는 1926년 공창폐지 운동을 결의했다. 구세군 기관지 ‘구세공보’는
금주호를 특별 제작해 배포했다.
24년 8월 이화학당에서 한국기독교여자절제회가 만들어지고 전국적인 운동이 시작됐다. 절제회는 28년까지 전국 52개 지회,
3000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1931년 신정찬송가에 금주가가 정식 포함된 것이다.
기독교의 금주·금연과 절제 운동은 식민시대 한국인의 시민 의식을 키우는 보금자리가 됐다. 구한말
독립협회 이후 사실상 단절된 시민운동을 밑바닥부터 다시 되살렸다. YMCA는 1922년 전국에서 물산장려운동을 벌였다. 1923년 새해 첫날 함흥시내에서 YMCA 회원 1000명이 무명 두루마기를 입고 가두행진을 하며 조선의
것을 사자고 외쳤고, 평양에서는 말총 모자와 짧은 두루마기처럼 일종의 개량 한복을 보급하는 운동을 확산시켰다.
광복 이후에도 절제 운동은 지속됐다. 영락교회 권사였던 여귀옥 여자절제회 회장이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 당시 국내 10대 기업에 속한 대성그룹을 일으킨 입지전적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민운동으로도 이어졌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선거가 치러졌을 때 시작된 공명선거 운동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의 청년대학생 모임인 학생신앙운동(SFC)이 주축이 됐다. 89년 서경석 목사가 창립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정치적 투쟁과 운동가 중심의 사회운동을 다시 시민 중심으로 되돌리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냈다.
1990년대 북한의 식량 위기로 시작된 북한 돕기 운동과 탈북자 지원, 1997년의 경제
위기 당시의 금 모으기 운동과 노숙인 자활 운동도 교회가 깊이 관여해 오고 있다.
협성대 서영석 교수는 “한국의 기독교는 하나의 종교로만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한국인에게
민주적 시민 의식을 불어넣고 사회 속에서 이를 구현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자문해주신 분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 △박용규 총신대 신대원 교수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교수 △이상규 고신대 부총장 △임희국 장로회신학대 교수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746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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